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1788 ~ 1860 · 근대(19세기) · 철학적 비관주의
투덜대며 연민을 가르친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이을 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철학의 길을 택했습니다. 소설가였던 어머니 요한나의 바이마르 살롱에서 괴테를 만나 색채론을 함께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서른 살에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냈지만 거의 팔리지 않았고, 베를린 대학에서는 일부러 헤겔과 같은 시간에 강의를 열었다가 수강생이 없어 쓴맛을 봤습니다. 그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세계의 밑바닥에는 이성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원하고 또 원하는 '의지'가 있다. 인간은 이 의지의 표현이므로 늘 무언가를 욕망하고, 채우지 못하면 괴롭고 채우면 곧 지루해진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쌓기보다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지혜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이 괴로움을 잠시 벗어나는 길로 예술, 특히 음악의 관조를, 더 깊이는 남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연민을 꼽았습니다. 인도 우파니샤드와 불교를 서양 철학에 적극 끌어들인 최초의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말년에 낸 수필집 『소품과 부록』이 뜻밖에 크게 읽히면서 예순이 넘어서야 명성을 얻었습니다.
핵심 사상
삶에의 의지Wille zum Leben
세계의 밑바닥에는 이성이 아니라, 목적 없이 끝없이 원하는 맹목적 의지가 있다.
고통과 권태의 진자Pendel zwischen Schmerz und Langeweile
삶은 채우지 못한 욕망의 고통과 채운 뒤의 권태 사이를 오가는 진자다.
연민의 윤리Mitleid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연민이야말로 모든 도덕의 진짜 뿌리다.
예술적 관조ästhetische Kontemplation
아름다움 앞에서 넋을 잃는 순간, 우리는 욕망의 수레바퀴에서 잠시 풀려난다.
나인 것, 가진 것, 보이는 것Was Einer ist / hat / vorstellt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가진 것이나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다.
고슴도치의 거리Stachelschweine
사람은 외로워서 모이고 서로 찔려서 흩어지다가,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
전해지는 이야기
프랑크푸르트에서 평생 푸들을 길렀고, 개 이름을 인도 철학에서 '세계의 영혼'을 뜻하는 아트만(Atma)이라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개가 말을 안 들으면 '이 인간 같으니라고!'라고 꾸짖었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에게 삶을 포기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오히려 자살이 의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의지를 긍정하는 행위라며 반대했고(『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권 §69), 말년의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은 덜 불행하게 사는 구체적 지혜로 가득하다.
읽어 볼 책
-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소품과 부록』 1권 수록)』입문 추천행복을 좌우하는 세 가지(나 자체, 가진 것, 보이는 것), 건강과 명랑함, 고독, 평판에 대한 태도를 다룬 실용적 삶의 지혜. 쇼펜하우어를 처음 읽는다면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세계를 인식에 나타난 표상과 그 밑바닥의 맹목적 의지로 설명하는 주저. 인식론, 형이상학, 예술론, 윤리학의 4부로 구성된다.
- 『도덕의 기초에 관하여』칸트의 의무 윤리를 비판하고 연민을 도덕의 유일한 참된 기초로 제시한 현상 논문. 덴마크 왕립학회에 유일한 응모작으로 냈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 『소품과 부록』독서, 사고, 명성, 고독, 소음 등 다양한 주제의 수필과 경구 모음. 쇼펜하우어에게 뒤늦은 명성을 안긴 책. 다만 2권의 「여성에 관하여」 같은 편견에 찬 글도 포함되어 있다.
삶의 궤적
- 1788단치히의 부유한 상인 하인리히 플로리스 쇼펜하우어와 요한나 사이에서 태어남
- 1803부모와 함께 유럽 대여행. 툴롱의 갤리선 노예들을 보고 인간의 비참함에 깊은 충격을 받음
- 1805아버지 사망. 이후 상인 수습을 그만두고 학문의 길로 전향
- 1809괴팅겐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철학으로 옮김. 플라톤과 칸트를 먼저 읽으라는 조언을 받음
- 1813학위 논문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로 예나 대학 박사 학위. 괴테와 색채론 교류 시작
- 1818드레스덴에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완성(판권면은 1819년). 거의 팔리지 않음
- 1820베를린 대학 강사로 헤겔과 같은 시간에 강의를 개설했으나 수강생이 거의 없어 곧 중단
- 1833콜레라를 피해 베를린을 떠나 프랑크푸르트에 정착, 여생을 그곳에서 보냄
- 1839노르웨이 왕립학회 현상 논문에서 「의지의 자유에 관하여」로 수상
- 1844『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2판을 보충 2권과 함께 출간
- 1851『소품과 부록』 출간.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이 널리 읽히며 뒤늦게 명성을 얻음
- 1860프랑크푸르트 자택에서 사망
그는 욕망을 버리라고 가르쳤지만 스스로는 좋은 음식과 음악, 여행을 즐겼고 명성에 대한 갈망도 컸습니다. 이 불일치를 그 자신도 알았는지, '성자는 철학자일 필요가 없고 철학자는 성자일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변명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그가 말한 지혜들, 곧 건강을 지키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남의 평판에 매이지 말라는 가르침은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규칙적이고 고독한 삶으로 실천했습니다. 동물에 대한 연민도 실제로 깊어서 동물 학대 방지 운동을 지지했습니다.
학파 · 철학적 비관주의
삶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미화하지 않고 인정하되, 연민과 예술로 그 고통을 조금씩 덜어 낸다.
이런 물음에 특히 잘 답합니다
해 볼 수 있는 수련
- 세 칸 장부 — 비교와 박탈감 때문에 돈과 에너지를 쓰고 있을 때이번 달 시간과 돈을 쓴 곳을 '나 자체(건강·교양·성격)', '가진 것(재산)', '보이는 것(평판·과시)' 세 칸으로 나눠 적는다. 셋째 칸이 가장 크다면 그중 하나를 첫째 칸으로 옮긴다.
- 음악 한 곡의 관조 — 욕심과 걱정으로 머리가 시끄러울 때하루에 한 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다. 가사나 기억이 아니라 소리의 흐름만 따라간다.
- 고통의 동료라고 불러 보기 — 싫은 사람 때문에 분노가 치밀 때미운 사람을 떠올리며 속으로 '저 사람도 나와 같은 고통의 동료'라고 한 번 불러 본다.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 때문에 내 마음이 더 괴롭지 않게 하는 연습이다.
- 혼자 있는 한 시간 — 사람들에게 지치거나 모임에 끌려다닌다고 느낄 때일주일에 한 번 이상 휴대폰을 두고 혼자 산책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정해 둔다. 외로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지내는 연습이다.
남긴 말
“그러니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권태 사이를 이리저리 오간다. 사실 이 둘이야말로 삶의 궁극적인 구성 요소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권 §57
“그러므로 모든 어리석음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엇을 위해서든, 벌이든 승진이든 학식이든 명성이든, 하물며 쾌락과 덧없는 즐거움을 위해서 자기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소품과 부록』 1권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 2장
“명랑함만이 말하자면 행복의 현금이며, 다른 모든 것처럼 한낱 어음이 아니다.”
『소품과 부록』 1권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 2장
“추운 어느 겨울날, 고슴도치 한 무리가 서로의 온기로 얼어 죽지 않으려고 바싹 모여들었다.”
『소품과 부록』 2권 31장 「비유와 우화」 §396 (고슴도치 우화의 첫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