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스칼
Blaise Pascal
1623 ~ 1662 · 근세 · 프랑스 모럴리스트
생각하는 갈대의 위대함과 비참
파스칼은 세 살에 어머니를 잃고, 학식 있는 아버지에게서 학교 대신 집에서 교육받았습니다. 열여섯 살에 원뿔곡선에 관한 논문을 써 데카르트를 놀라게 했고, 열아홉 살에는 세무 관리였던 아버지의 계산을 돕기 위해 기계식 계산기(파스칼린)를 만들었습니다. 진공 실험으로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오랜 믿음을 무너뜨렸고, 페르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확률론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그러나 평생 병약했던 그는 파리 사교계의 화려함과 과학의 명성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1654년 11월 23일 밤, 그는 두 시간 동안 강렬한 종교 체험을 했고 그 내용을 적은 쪽지를 외투 안감에 꿰매 죽을 때까지 지니고 다녔습니다. 이후 그는 엄격한 신앙 운동인 얀센주의의 거점 포르루아얄과 가까이 지내며 예수회를 풍자한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프랑스 산문의 걸작을 남겼습니다. 말년에는 그리스도교를 변호하는 책을 준비하며 수많은 메모를 남겼는데, 그가 서른아홉에 세상을 떠난 뒤 묶여 나온 것이 『팡세(생각들)』입니다. 그는 인간이 천사도 짐승도 아닌 중간의 존재, 무한과 무 사이에 매달린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권태를 피하려 끊임없이 기분 전환에 매달리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그의 분석은 스마트폰 시대에 더욱 날카롭게 읽힙니다.
핵심 사상
생각하는 갈대roseau pensant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지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주보다 위대하다.
위대함과 비참grandeur et misère de l'homme
인간의 위대함은 자기가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데 있다. 나무는 자기가 비참한 줄 모른다.
기분 전환divertissement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 안에 조용히 머물 줄 모르는 데서 온다.
마음의 이유le cœur a ses raisons
마음에는 이성이 알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기le pari
신이 있는지 이성으로 증명할 수 없어도, 우리는 이미 배에 올라탔고 어느 쪽에든 걸어야 한다.
두 무한 사이의 인간disproportion de l'homme
인간은 무한에 비하면 무이고, 무에 비하면 전부다. 무와 전부 사이의 중간이다.
전해지는 이야기
누나 질베르트의 기록에 따르면, 아버지가 수학을 너무 일찍 배우지 못하게 하자 열두 살의 파스칼은 혼자 바닥에 숯으로 선을 그으며 유클리드 기하학의 32번째 명제(삼각형 내각의 합)까지 스스로 알아냈다고 전해집니다. 과장이 섞였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는 이성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는 사랑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낭만적 격언이다.
파스칼이 말하는 '마음'은 첫 원리와 신을 직관적으로 아는 능력이다. 연애론이 아니라 인식론이자 신앙론의 문장이다.
읽어 볼 책
- 『팡세(생각들)』입문 추천그리스도교 변증서를 쓰려고 남긴 천여 개의 단편 메모.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 기분 전환, 두 무한, 내기, 마음의 이유 등 인간 조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짧은 조각으로 흩어져 있다. 아무 쪽이나 펼쳐 한두 단편씩 읽어도 된다.
-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프로뱅시알)』얀센주의를 공격하던 예수회의 느슨한 도덕론을 풍자한 18통의 익명 편지. 명료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근대 프랑스 산문의 모범이 되었다.
- 『사시 씨와의 대화(에픽테토스와 몽테뉴에 관하여)』포르루아얄에서 나눈 대화의 기록. 인간의 위대함만 본 에픽테토스와 비참만 본 몽테뉴를 대비하며, 둘을 넘어서는 길을 제시한다. 파스칼 인간학의 입문서.
삶의 궤적
- 16236월 19일 클레르몽에서 법관 에티엔 파스칼의 아들로 태어남
- 1626어머니 앙투아네트 사망. 이후 아버지가 직접 자녀들을 교육함
- 1640열여섯 살에 『원뿔곡선 시론』을 발표
- 1642루앙에서 세무 관리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계산기 파스칼린 개발 시작
- 1646빙판에서 다친 아버지를 치료한 얀센주의자 형제들을 통해 첫 번째 회심을 겪음
- 1648매형 페리에를 시켜 퓌드돔산에서 기압 실험을 해 진공과 대기압을 입증
- 1651아버지 사망. 이듬해 여동생 자클린이 포르루아얄 수녀원에 들어감
- 1654페르마와 확률 문제로 편지를 주고받음. 11월 23일 밤 '불의 밤' 체험을 하고 『메모리알』을 씀
- 1656『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프로뱅시알)』 연재 시작(1657년까지 18통). 조카 마르그리트의 '성가시 기적' 사건
- 1658그리스도교 변증서 구상을 포르루아얄에서 발표(추정). 사이클로이드 문제 공모
- 1662파리에 최초의 합승 마차 노선(5수 마차)을 열었고, 8월 19일 서른아홉 살로 사망
- 1670남긴 메모들이 포르루아얄판 『팡세』로 출간됨
그는 인간의 비참을 말했을 뿐 아니라 몸으로 살았습니다. 열여덟 살 이후 고통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누나는 전합니다. 이성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수학자였기에 '이성의 마지막 걸음은 자기를 넘어서는 것이 무한히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무게가 있습니다. 말년에는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을 나누고, 사치를 경계해 가시 박힌 쇠 허리띠를 차고 지냈다고 합니다. 동시에 마지막 해에는 서민을 위한 합승 마차 사업을 벌여 수익을 빈민 구호에 쓰려 했습니다. 그에게 신앙과 세상일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학파 · 프랑스 모럴리스트
내 마음의 허영과 모순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 사는 법을 담담히 익힌다.
이런 물음에 특히 잘 답합니다
해 볼 수 있는 수련
- 방 안에 머물기 — 공허함을 소음과 화면으로 덮고 싶을 때, 잠들기 전하루 10분 휴대폰과 모든 화면을 다른 방에 두고 조용한 방에 앉는다. 떠오르는 불안과 생각을 피하지 말고 종이에 적는다. 무엇을 피하고 싶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 기분 전환 알아차리기 — 습관적으로 무언가에 빠져들 때무언가에 손이 갈 때(휴대폰, 야식, 쇼핑, 일 더 하기) 멈추고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이것을 하는가'를 한 줄로 적는다.
- 내기 표 그리기 — 확실한 답을 기다리며 결정을 미루고 있을 때결정을 못 하는 두 선택지를 놓고 2×2 표를 그린다. 각 선택이 잘 풀렸을 때와 안 풀렸을 때 얻고 잃는 것을 적되, 확률만이 아니라 걸린 것의 크기(되돌릴 수 있는가)를 함께 적는다. 마지막 칸에 '마음의 이유'를 따로 쓴다.
- 높이고 낮추기 — 자기 비하나 자만이 심해질 때스스로가 한심할 때는 '그래도 나는 이것을 생각할 수 있는 존재다'라는 문장을,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질 때는 '물 한 방울로도 나는 쓰러진다'는 문장을 적는다.
남긴 말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팡세』 브런슈빅 347 / 라퓌마 200
“우리의 모든 존엄은 생각에 있다. 그러니 잘 생각하려고 애쓰자. 이것이 도덕의 원리다.”
『팡세』 브런슈빅 347 / 라퓌마 200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방 안에 조용히 머물 줄 모른다는 데서 온다.”
『팡세』 브런슈빅 139 / 라퓌마 136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팡세』 브런슈빅 206 / 라퓌마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