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et Doctrina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 초상

에리히 프롬

Erich Seligmann Fromm

1900 ~ 1980 · 현대 · 인본주의 정신분석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에리히 프롬은 1900년 프랑크푸르트의 독실한 유대교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청년 시절 탈무드를 깊이 공부했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정신분석가가 되었습니다. 1930년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에 합류해 이른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으로 활동했지만, 나치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1941년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그는 근대인이 얻은 자유가 오히려 고립과 불안을 낳았고, 사람들이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 권위주의에 몸을 맡긴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치즘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설명이었습니다. 이후 멕시코에서 20여 년 동안 가르치고 연구하며 『사랑의 기술』, 『건전한 사회』를 썼고, 말년에는 스위스에서 『소유냐 존재냐』를 펴냈습니다. 그는 프로이트를 계승하면서도 인간을 성 충동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사랑과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실현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또 개인의 불행을 개인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시장과 소비가 사람의 성격까지 빚어내는 사회 구조와 함께 보았습니다. 반핵 평화 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그는, 따뜻한 인간주의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함께 지닌 사상가였습니다.

핵심 사상

  • 사랑은 기술이다The Art of Loving

    사랑은 우연히 빠지는 감정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능력이다.

  • 성숙한 사랑 — 주는 것, 그리고 네 가지 요소care, responsibility, respect, knowledge

    성숙한 사랑은 무엇보다 주는 것이며, 보살핌·책임·존중·앎으로 이루어진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 / Die Furcht vor der Freiheit

    근대인은 속박에서 벗어났지만 그 대가로 고립과 불안을 얻었고,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 다시 새로운 굴레로 도망친다.

  • 시장 성향 — 팔리는 나marketing orientation

    현대인은 자신을 시장의 상품처럼 경험하며, 자기 가치를 '얼마나 잘 팔리는가'로 잰다.

  •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Haben oder Sein / To Have or To Be

    나를 내가 가진 것으로 정의하는 삶과, 내가 살아 있는 방식으로 정의하는 삶이 있다.

  • 자기애는 이기심이 아니다self-love vs. selfishness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하지 못한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적게 사랑한다.

  • 생산적 성향 — 자기 힘을 펼치며 살기productive orientation

    좋은 삶은 자기 안의 능력을 사랑과 일, 생각을 통해 펼치며 스스로를 낳아 가는 삶이다.

전해지는 이야기

청년 시절 하이델베르크에서 랍비 살만 바루흐 라빈코프에게 탈무드를 배웠고, 이 스승을 평생 존경했다고 전해집니다. 종교 계율은 스물여섯 무렵 그만두었지만, 구약 예언자들의 정의와 평화에 대한 비전은 그의 인간주의의 뿌리로 남았습니다.

『사랑의 기술』은 연애를 잘하는 요령을 알려 주는 책이다.

연애 기술서가 아니라, 사랑을 인간 존재의 고립을 극복하는 능력으로 보고 그 능력을 기르는 태도(규율·집중·인내)를 다룬 철학서다.

읽어 볼 책

  • 『사랑의 기술』입문 추천사랑은 우연히 빠지는 감정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라는 주장. 사랑의 이론(형제애·모성애·연애·자기애·신에 대한 사랑),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무너지는 방식, 사랑의 실천(규율·집중·인내)을 다룬다. 프롬 입문으로 가장 좋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종교개혁부터 나치즘까지, 근대인이 얻은 자유가 어떻게 고립과 불안을 낳았고 사람들이 왜 권위주의로 도피했는지 분석한 사회심리학의 고전.
  • 『자기를 위한 인간』외부 권위가 아닌 인간의 성장에 근거한 인본주의 윤리를 제시. 수용·착취·저장·시장·생산적 성향이라는 성격 유형론이 담겨 있다.
  • 『건전한 사회』사회 전체가 병들 수 있다는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외를 진단하고,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는 공동체적 사회주의를 제안한다.
  • 『소유냐 존재냐』삶의 두 양식, 곧 가진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소유 양식과 활동으로 살아 있음을 경험하는 존재 양식을 대비하고, 소비 사회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과 사회를 제안한 말년의 대표작.

삶의 궤적

  1. 19003월 23일 프랑크푸르트의 정통파 유대교 집안에서 외아들로 태어남
  2. 1922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알프레트 베버의 지도로 유대교 율법과 공동체에 관한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 학위 취득
  3. 1926정신분석가 프리다 라이히만과 결혼. 이 무렵 유대교 계율 준수를 그만둠(두 사람은 몇 년 뒤 별거)
  4. 1930베를린 정신분석연구소 수련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에 합류
  5. 1934나치를 피해 미국 뉴욕으로 이주. 컬럼비아 대학에 자리 잡은 사회연구소에서 활동
  6. 1941『자유로부터의 도피』 출간 — 자유가 낳은 고립과 권위주의로의 도피를 분석
  7. 1950아내 헤니 구를란트의 건강 때문에 멕시코시티로 이주,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에서 가르침
  8. 1956『사랑의 기술』 출간 —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됨
  9. 1957미국의 반핵 평화 단체 SANE(건전한 핵정책 위원회) 공동 창립에 참여
  10. 1974스위스 무랄토로 이주
  11. 1976『소유냐 존재냐』 출간
  12. 19803월 18일 무랄토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남. 80세 생일 닷새 전

그는 사랑을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말했고, 스스로도 그렇게 살려고 애썼습니다. 제자이자 조수였던 라이너 풍크에 따르면 그는 말년까지 매일 아침 명상과 자기 분석을 이어 갔다고 합니다. 다만 그의 삶이 이론처럼 매끄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첫 결혼은 별거로 끝났고, 두 번째 아내는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랑의 기술』은 그런 상실과 세 번째 결혼을 거친 쉰여섯의 나이에 쓰였습니다. 사랑을 쉽게 얻은 사람이 아니라, 배우며 온 사람이 쓴 책이었습니다.

학파 · 인본주의 정신분석

외로움과 공허를 소유나 순응으로 메우지 말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연습으로 키운다.

이런 물음에 특히 잘 답합니다

사랑·연애인간관계자아·정체성돈·성공사회·세상

해 볼 수 있는 수련

  • 홀로 있는 연습 — 외로움이나 불안 때문에 누군가에게 매달리게 될 때,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 때하루 20~30분, 휴대폰·책·음악 없이 조용히 앉아 호흡과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바라본다. 무언가로 시간을 채우려는 충동이 올라오면 그것도 바라본다.
  • 집중해서 듣기 — 관계가 겉돌거나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하루에 한 사람과 대화할 때,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지 않고 휴대폰을 치운 채 그 사람의 말에만 온전히 귀 기울인다. 프롬이 말한 사랑의 기술 가운데 '집중'의 연습이다.
  • 소유와 존재 일기 — 가진 것은 늘었는데 공허할 때, 소비로 기분을 달래는 일이 잦을 때잠들기 전, 오늘 무언가를 '가져서' 기뻤던 순간과 무언가를 '하거나 나누어서' 기뻤던 순간을 한 줄씩 적는다. 일주일 뒤 어느 쪽 기쁨이 더 오래 남았는지 비교한다.

남긴 말

  • “사랑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활동이다.”

    『사랑의 기술』 2장(사랑의 이론)

  • “미성숙한 사랑은 ‘필요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기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의 기술』 2장(사랑의 이론)

  • “역설적이게도,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조건이다.”

    『사랑의 기술』 4장(사랑의 실천)

  • “적극적 자유는 통합된 전체 인격의 자발적 활동에 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7장(자유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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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 현자의 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