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쿠로스
Ἐπίκουρος
기원전 341 ~ 270 · 고대 · 에피쿠로스학파
정원에서 친구들과 평온을 나눈 사람
에피쿠로스는 사모스 섬에서 가난한 아테네 이주민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열네 살 무렵 선생님이 시인 헤시오도스의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는 구절을 설명하지 못하자 철학에 빠져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여러 도시를 떠돌며 가르치다가 서른다섯 살 무렵 아테네에 정원이 딸린 집을 사서 학교를 열었는데, 이 학교를 그냥 '정원(케포스)'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정원에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과 노예도 함께 어울려 공부했습니다. 그는 행복이 즐거움(헤도네)에 있다고 말했는데, 이 때문에 오랫동안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쾌락주의자로 오해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즐거움은 화려한 잔치가 아니라 몸에 고통이 없고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상태, 곧 '아타락시아'였습니다. 그는 물과 빵, 가끔의 치즈 한 조각으로 충분하다고 했고, 그 대신 좋은 친구를 곁에 두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습니다. 사람들을 가장 괴롭히는 두려움, 곧 죽음과 신의 벌에 대한 두려움은 세상이 원자와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자연학으로 풀어 주고자 했습니다. 3백 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하지만 대부분 사라졌고,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옮겨 적은 세 통의 편지와 짧은 교설들, 그리고 로마 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가 그의 생각을 전합니다.
핵심 사상
고요한 즐거움(아타락시아)ἀταραξία / ἀπονία
행복은 더 많은 자극이 아니라, 몸의 고통과 마음의 불안이 없는 고요한 상태다.
욕망의 세 갈래φυσικαὶ καὶ ἀναγκαῖαι / φυσικαὶ μόνον / κεναί
욕망에는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것, 자연스럽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 헛된 것이 있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ὁ θάνατος οὐδὲν πρὸς ἡμᾶς
우리가 있을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올 때 우리는 없다.
정원의 우정φιλία
평생의 행복을 위해 지혜가 마련해 주는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우정이다.
즐거움의 셈법συμμέτρησις
모든 즐거움을 택하지는 않는다. 더 큰 고통을 부르는 즐거움은 피하고,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고통은 받아들인다.
숨어서 살아라λάθε βιώσας
명성과 권력의 소란에서 떨어져,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살아라.
전해지는 이야기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음 내킬 때 호화롭게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치즈 단지 하나를 보내 주게'라고 썼다고 전해집니다(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11). 그에게 호사란 그 정도였습니다.
에피쿠로스주의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향락주의다.
그는 사치와 방탕이 오히려 고통을 부른다고 보았고, 물과 빵의 소박한 삶, 고통 없는 몸과 평온한 마음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겼다. '에피큐리언(미식가)'이라는 말은 그의 뜻과 거리가 멀다.
읽어 볼 책
-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입문 추천제자에게 쓴 짧은 편지로 에피쿠로스 윤리학 전체를 담았다. 신, 죽음, 욕망, 즐거움, 지혜에 대한 가르침이 한 호흡에 읽힌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권에 전문이 전한다.
- 『주요 교설』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을 40개의 짧은 명제로 정리한 것. 제자들이 외워 두고 되새기던 요약본이다.
- 『바티칸 금언집』에피쿠로스와 제자들의 짧은 금언 81개. 우정에 관한 아름다운 말이 많다. 일부는 제자 메트로도로스 등의 말로 여겨진다.
-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편지』원자와 허공, 영혼, 감각을 다룬 자연학 요약. 두려움 없는 삶의 이론적 토대.
삶의 궤적
- BC 341사모스 섬에서 아테네 이주민 교사 네오클레스의 아들로 태어남
- BC 327열네 살 무렵, 헤시오도스의 '혼돈'을 설명하지 못하는 선생님에게 실망해 철학에 눈뜸(추정,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2)
- BC 323열여덟 살에 아테네로 가 청년 군사 훈련(에페베이아)을 받음
- BC 311레스보스 섬 미틸레네와 람프사코스에서 가르치며 평생의 친구이자 제자들을 모음(추정)
- BC 306아테네에 정원 딸린 집을 사서 학교 '정원(케포스)'을 엶
- BC 270신장 결석으로 두 주 동안 앓다가 아테네에서 사망
그는 가르친 대로 소박하게 살았습니다. 물과 보리빵이면 충분하다고 했고, 친구에게 '가끔 호사를 누리고 싶으니 치즈 한 단지만 보내 달라'고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병으로 오래 고통받았지만 마지막 날까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기뻐했다고 전해집니다. 은둔을 권했지만 혼자 숨지 않았고, 정원 공동체의 친구들과 서로 돌보며 살았다는 점에서 그의 삶은 곧 우정의 철학이었습니다.
학파 · 에피쿠로스학파
헛된 욕심과 두려움을 걸러 내고, 소박한 즐거움과 좋은 친구 곁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이런 물음에 특히 잘 답합니다
해 볼 수 있는 수련
- 욕망 세 칸 나누기 — 돈, 성공, 소비 욕심 때문에 늘 초조하고 부족하다고 느낄 때요즘 원하는 것들을 적고 '꼭 필요한 것 / 있으면 좋은 것 / 헛된 것' 세 칸으로 나눈다. 헛된 것 칸에서 하나를 골라 이번 주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 네 가지 약 — 막연한 불안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올 때불안할 때 네 줄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는다. '신을 두려워할 것 없다. 죽음을 걱정할 것 없다. 좋은 것은 쉽게 얻는다. 괴로운 것은 쉽게 견딘다.' 그리고 지금의 불안이 넷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짚어 본다.
- 20일의 식탁 — 외롭거나 일에 치여 사람과의 시간이 사라졌을 때에피쿠로스의 제자들이 매달 20일에 모여 밥을 먹었듯, 한 달에 한 번 편한 친구와 소박한 식사 약속을 정해 둔다. 거창한 메뉴 대신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즐긴다.
남긴 말
“젊다고 철학을 미루지 말고, 늙었다고 철학에 지치지 마세요. 영혼의 건강을 돌보기에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때는 아무에게도 없으니까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 122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122에 전함)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해지세요.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모두 감각에 있는데, 죽음은 감각을 잃는 것이니까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 124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124에 전함)
“우리가 있을 때 죽음은 오지 않았고, 죽음이 왔을 때 우리는 이미 없습니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 125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125에 전함)
“사치를 가장 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치를 가장 달콤하게 누립니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 130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10.130에 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