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 ~ 1975 · 현대 · 현대 정치철학
생각하지 않음이 악이 된다
아렌트는 독일 쾨니히스베르크의 세속적인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마르부르크에서 하이데거에게, 하이델베르크에서 야스퍼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으로 박사 논문을 썼습니다. 1933년 나치 집권 직후 게슈타포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나 파리로 망명했고, 1940년 프랑스의 귀르 수용소에 갇혔다가 탈출해 이듬해 뉴욕에 닿았습니다. 1937년 독일 국적을 박탈당한 뒤 1951년 미국 시민권을 얻기까지 그녀는 '권리를 가질 권리'조차 없는 무국적자였습니다. 같은 해 펴낸 『전체주의의 기원』은 나치즘과 스탈린주의가 어떻게 고립되고 외로운 대중 위에 세워졌는지 분석했습니다. 『인간의 조건』(1958)에서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로 나누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복수성'과 누구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탄생성'을 강조했습니다. 1961년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거센 논쟁을 불렀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철학자가 아니라 정치이론가라고 불렀고, 마지막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습니다.
핵심 사상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the banality of evil / thoughtlessness
거대한 악은 괴물보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다.
생각이라는 내면의 대화two-in-one
생각한다는 것은 나 자신과 나누는 말없는 대화이며, 그 대화 상대와 함께 살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게 된다.
복수성plurality
인간은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사람으로 이 세계에 산다.
탄생성natality
인간은 태어났기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존재다.
용서와 약속forgiving and promising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용서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약속으로 다스린다.
노동·작업·행위labor / work / action
살기 위한 노동,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 사람들 사이에서 말하고 행하는 행위는 서로 다른 활동이다.
외로움과 고독의 구분loneliness / solitude
고독은 나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고, 외로움은 사람들 속에서도 나 자신마저 잃은 상태다.
전해지는 이야기
1964년 독일 텔레비전 대담에서 '나치 이전의 유럽에서 무엇이 남았느냐'는 질문에 '남은 것은 모국어'라고 답했습니다. 그녀는 망명 후에도 독일어로 시를 읽고 생각했습니다.
'악의 평범성'은 악이 사소하다거나 아이히만에게 죄가 없다는 뜻이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사형을 지지했다. 악이 깊은 악마적 뿌리 없이도 무사유를 통해 거대하게 퍼질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읽어 볼 책
- 『인간의 조건』입문 추천인간의 활동을 노동·작업·행위로 나누고, 복수성과 탄생성, 용서와 약속의 힘을 논한 주저. 5장 「행위」가 핵심이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입문 추천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한 보고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과 함께 재판, 유대인 평의회, 책임의 문제를 다뤄 큰 논쟁을 일으켰다.
- 『전체주의의 기원』반유대주의, 제국주의, 전체주의의 세 부분으로 나치즘과 스탈린주의의 뿌리를 분석한 대작. 마지막 장 「이데올로기와 테러」에서 외로움을 다룬다.
- 『과거와 미래 사이』권위, 자유, 교육, 진리와 정치 등을 다룬 에세이 모음. 「자유란 무엇인가」, 「교육의 위기」가 실려 있다.
- 『정신의 삶』사유와 의지를 다룬 미완의 마지막 저작. 판단을 다룰 3부는 쓰이지 못했다.
삶의 궤적
- 1906하노버 인근 린덴에서 태어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자람
- 1924마르부르크 대학에서 하이데거에게 배우며 연인 관계가 됨
- 1929야스퍼스 지도로 쓴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 출간
- 1933나치의 반유대주의 선전을 수집하다 게슈타포에 체포, 약 8일 뒤 풀려나 파리로 망명(추정)
- 1937독일 국적 박탈 — 1951년까지 무국적자
- 1940하인리히 블뤼허와 결혼, 프랑스 귀르 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탈출
- 1941리스본을 거쳐 뉴욕으로 망명
- 1951『전체주의의 기원』 출간, 미국 시민권 취득
- 1958『인간의 조건』 출간
- 1961『뉴요커』 특파원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
- 196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출간, 거센 논쟁과 친구들과의 결별. 『혁명론』 출간
- 1970남편 블뤼허 사망, 『폭력론』 출간
- 1975뉴욕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 1978미완의 유작 『정신의 삶』(사유·의지) 출간
그녀는 편을 들라는 압력 속에서도 자기 눈으로 보고 판단하려 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일부 유대인 평의회의 협력을 지적했을 때 많은 유대인 친구를 잃었지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판단이 늘 옳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히만을 무사유의 관료로 읽은 것은 이후 드러난 자료로 강하게 반박되었고, 미국 남부 학교의 인종 통합 문제를 다룬 글(「리틀록에 대한 성찰」)은 흑인 민권 운동의 현실을 오해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나치에 협력했던 옛 스승 하이데거와 전후에 관계를 회복한 것도 논쟁거리입니다.
학파 · 현대 정치철학
세상의 불의와 무력감 앞에서, 생각을 멈추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자리로 나아간다.
이런 물음에 특히 잘 답합니다
해 볼 수 있는 수련
- 생각의 산책 — 조직의 지시나 다수의 분위기를 따라야 할지 망설일 때결정이 흔들릴 때 20분간 혼자 걸으며 소리 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마지막 질문은 '이 일을 한 나와 평생 함께 살 수 있는가'.
- 상투어 사냥 — 관행과 분위기 속에서 무감각해졌다고 느낄 때하루 동안 내가 쓴 말 가운데 '원래 그래', '다들 그렇게 해', '어쩔 수 없잖아'처럼 생각을 대신하는 문장을 적는다. 저녁에 그중 하나를 골라 내 말로 다시 풀어 쓴다.
- 용서와 약속의 편지 — 잘못으로 멀어진 사람과 다시 관계를 세우고 싶을 때틀어진 관계에 대해, 변명 없이 내가 한 일과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 지킬 구체적인 약속 하나만 담은 짧은 편지를 쓴다. 보낼지는 하루 뒤에 정한다.
- 다른 자리에 앉아 보기 — 사회 문제나 갈등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논쟁적인 문제에 대해 입장이 다른 사람 세 명의 자리에서 그들이 어떻게 볼지 각각 한 문단씩 적은 뒤 내 판단을 내린다.
남긴 말
“그러므로 내가 제안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뿐이다.”
『인간의 조건』 프롤로그
“돌이킬 수 없음이라는 곤경에서 풀려날 수 있는 길은 용서하는 능력이다.”
『인간의 조건』 5장 33절 「돌이킬 수 없음과 용서의 힘」
“미래의 혼란스러운 불확실성에 대한 치유책은 약속을 하고 지키는 능력에 있다.”
『인간의 조건』 5장 33절 「돌이킬 수 없음과 용서의 힘」
“세계를 그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몰락에서 구하는 기적은 결국 탄생성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조건』 5장 34절 마지막 단락